월급 300만 원인데 통장엔 260만 원 — 나머지 40만 원은 어디로 갔나요
2026-08-01
첫 월급날, 통장에 찍힌 숫자를 보고 두 번 확인한 적 있으신가요.
분명 계약서에는 300만 원이라고 적혀 있었는데, 통장에는 260만 원쯤 들어옵니다. 40만 원이 어디로 갔는지 회사에 물어보기는 좀 그렇고, 검색해봐도 "4대보험과 세금을 뗀다"는 말만 나오지 정작 그게 어디로 가서 뭐가 되는지는 잘 안 나옵니다.
오늘은 그 40만 원을 한 줄씩 따라가 보겠습니다.
월급명세서에 찍히는 이름 다섯 개
회사마다 표기는 조금씩 다르지만, 월급명세서 아래쪽에 대체로 이 다섯 가지가 찍혀 있습니다.
- 국민연금
- 건강보험 (+ 장기요양보험)
- 고용보험
- 소득세
- 지방소득세
앞의 세 개를 묶어서 4대보험이라고 부릅니다. (산재보험도 있지만 이건 회사가 전액 부담해서 월급에서는 안 빠집니다.) 뒤의 두 개는 세금입니다. 성격이 완전히 다른데 뭉뚱그려서 "떼인다"고만 말하니 억울하게 느껴지는 겁니다. 하나씩 보겠습니다.
국민연금 —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돈
월급의 4.5%가 빠집니다. 300만 원이면 13만 5천 원 정도입니다.
이건 없어지는 돈이 아니라 미래의 나에게 부치는 돈입니다. 지금 일하는 사람들이 낸 돈이 지금 은퇴한 사람들의 연금으로 나가고, 훗날 지금의 청년들이 은퇴하면 그때 일하는 사람들이 낸 돈을 받는 구조입니다. 저축이라기보다 "세대 간 계주"에 가깝습니다.
요즘 국민연금이 자주 논란이 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. 태어나는 아이는 줄고 은퇴하는 사람은 느는데, 계주 방식은 그대로면 나중에 받는 사람이 낼 사람보다 많아지는 순간이 옵니다. "내가 낸 돈을 내가 못 받으면 어떡하나"라는 불안은 이 구조에서 나옵니다. 정답이 정해진 문제는 아니고, 보험료율을 올리거나 받는 나이를 늦추는 등 여러 안이 논의되고 있는 단계입니다.
건강보험 — 아플 확률에 미리 나눠 내는 돈
월급의 약 3.5%가 빠집니다(장기요양보험 포함). 이것도 "내 돈이 사라진다"보다는 보험료로 보는 게 정확합니다. 모두가 조금씩 내서, 그중 아픈 사람의 병원비를 확 낮춰주는 구조입니다.
지금 당장 병원 갈 일이 없어도 손해가 아닙니다. 건강보험이 없다면 큰 수술 한 번에 월급 몇 년 치가 그냥 날아갈 수도 있습니다. 매달 조금씩 내는 게 그 위험을 막아주는 값입니다.
고용보험 — 실직에 대비하는 돈
월급의 0.9% 정도로 가장 적게 빠집니다. 나중에 실직했을 때 실업급여를 받을 자격을 만들어주는 돈입니다. 지금 회사를 잘 다니고 있다면 존재감이 거의 없지만, 갑자기 일자리를 잃었을 때는 몇 달간의 생활비를 버텨주는 역할을 합니다.
소득세 + 지방소득세 — 진짜 세금
여기서부터가 순수한 세금입니다. 소득세는 버는 돈에 비례해서 더 높은 비율로 뗍니다(누진세). 지방소득세는 소득세의 10%만큼 추가로 붙습니다.
신입 사원 월급 수준에서는 세율 구간이 낮아서 생각보다 크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. 다만 매달 회사가 미리 어림잡아 떼가는 금액이라, 이듬해 2월에 "연말정산"이라는 과정으로 실제 냈어야 할 세금과 맞춰봅니다. 더 냈으면 돌려받고, 덜 냈으면 더 냅니다. "13월의 월급"이라 불리는 환급금이 바로 이 정산 과정에서 나옵니다.
결론: 40만 원은 사라진 게 아니라 옮겨간 겁니다
정리하면 이렇습니다.
| 항목 | 대략적인 비율 | 성격 |
|---|---|---|
| 국민연금 | 4.5% |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돈 |
| 건강보험 | 3.5% | 아플 때를 위한 보험료 |
| 고용보험 | 0.9% | 실직했을 때를 위한 보험료 |
| 소득세 + 지방소득세 | 소득에 따라 다름 | 진짜 세금 |
40만 원 중 대부분은 미래의 나 또는 지금의 다른 누군가에게 가 있습니다. "떼인다"는 말이 억울함을 표현하기엔 편하지만, 실제로는 위험을 나눠 지는 비용에 더 가깝습니다. 정확한 비율과 세율 구간은 매년 조금씩 바뀌니, 정확한 숫자가 필요하시면 국민연금공단·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의 계산기를 확인하시는 게 가장 정확합니다.
다음 편에서는 이 통장에 남은 260만 원의 가치가, 물가가 오르면 어떻게 조용히 줄어드는지를 보겠습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