월급은 그대로인데 왜 매달 더 가난해질까요
2026-08-08
짜장면 한 그릇이 7,400원입니다.
2018년에는 4,923원이었습니다. 8년 사이에 2,500원이 올랐습니다. 같은 기간 김밥도 비슷하게 올라서, 지금은 한 줄에 3,300원쯤 합니다. 1년 전보다 300원, 10% 오른 값입니다.
그동안 월급도 그만큼 올랐는지 생각해보면, 대개는 아닙니다. 그 차이가 "물가가 올랐다"는 말의 정체입니다.
뉴스에서는 매달 "소비자물가 3% 상승" 같은 말이 나오는데, 정작 그게 내 통장에서 무슨 뜻인지는 잘 설명해주지 않습니다. 오늘은 그 3%를 뜯어보겠습니다.
가격은 한국소비자원 「참가격」의 외식비 조사 기준입니다. 지역과 가게에 따라 다르니 "대체로 이 정도"로 봐주세요.
소비자물가지수 — 장바구니 하나를 정해두고 매달 계산하는 값
통계청은 우리가 실제로 많이 사는 460여 개 품목(라면, 전기요금, 미용실, 지하철 요금까지)을 정해두고, 그 장바구니를 채우는 데 드는 돈을 매달 계산합니다. 이걸 **소비자물가지수(CPI)**라고 부릅니다.
"작년 7월엔 이 장바구니를 채우는 데 100만 원이 들었는데, 올해 7월엔 103만 원이 든다"면 물가상승률은 3%입니다. 월급이 100만 원에서 100만 원 그대로라면,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3%만큼 줄어든 셈입니다. 이게 "월급은 그대로인데 가난해진다"는 말의 정확한 뜻입니다.
근원물가 — 냄비 뚜껑을 열어보면
뉴스를 잘 보면 "소비자물가"랑 "근원물가"라는 말이 같이 나옵니다. 왜 굳이 둘로 나눌까요.
장바구니 460개 품목 중에서 기름값과 채소값은 유난히 날씹니다. 중동에 분쟁이 생기면 기름값이 한 달 만에 20% 뛰기도 하고, 태풍 한 번에 배추값이 두 배가 되기도 합니다. 이 둘을 빼고 계산한 게 **근원물가(Core CPI)**입니다.
왜 이걸 따로 볼까요. 기름값이 한 달 반짝 뛰었다가 원래대로 돌아오면, 그건 "경제 전체의 물가 흐름"이 아니라 "일시적인 사건"입니다. 근원물가는 그 소음을 걷어내고 진짜 추세를 보려는 지표입니다. 연준(미국 중앙은행)이 금리를 결정할 때 근원물가를 더 눈여겨보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.
3%가 크게 안 느껴지는데, 왜 다들 힘들다고 할까요
3%라는 숫자 자체는 작아 보입니다. 그런데 두 가지를 놓치기 쉽습니다.
첫째, 누적됩니다. 3%가 3년 연속이면 대략 9%가 아니라 복리로 쌓여서 9.3%에 가깝습니다. 5년이면 16%를 넘습니다. 월급은 그렇게 안 올랐는데 말입니다.
둘째, 평균은 내 삶과 다를 수 있습니다. 장바구니 460개 안에는 내가 안 사는 것도 많습니다. 자취를 막 시작한 스무 살이라면 월세·식비 비중이 평균보다 훨씬 높아서, 전체 물가상승률보다 체감 물가가 더 아플 수 있습니다. 통계는 평균이고, 삶은 개인입니다.
한계 — 이 설명이 안 맞는 경우
물가상승률이 낮다고 늘 좋은 것도 아닙니다. 물가가 아예 안 오르거나 떨어지면 (디플레이션), 기업은 "내년엔 더 싸게 팔아야겠다"며 투자와 채용을 줄입니다. 그러면 월급 자체가 안 오르거나 일자리가 줄어서, 오히려 더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. 그래서 각국 중앙은행은 물가상승률을 0%가 아니라 보통 2% 근처로 유지하려고 합니다. "적당히 오르는 게" 목표입니다.
또 통계청 장바구니는 전국 평균이라, 지역별 체감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. 서울 월세 상승률과 지방 도시의 상승률은 같은 통계 안에서도 다르게 움직입니다.
다음 편 예고
물가가 올랐다는 걸 알았으니, 이제 궁금해질 차례입니다. 은행 예금 이자가 물가상승률보다 높으면 저는 정말 돈을 번 걸까요? 다음 편에서 그 계산을 직접 해보겠습니다.
📊 지금 이 숫자가 궁금하시면 → 소비자물가·근원물가 지표를 확인해보세요.